10년도 전에 후배와 벚꽃이 보고 싶다는 이유로 바로 차를 타고 군항제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벚꽃을 기대했지만 수 많은 사람들과 의외로 듬성 듬성한 나무들이 그리 멋지게 느껴지지 않아서 실망을 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차에서 잠을 자는 강행군 끝에 대구의 팔공산에 자연으로 발생한 벚꽃이 우거진 산이 멋있다는 소리를 듣고 다시 대구로 향해서 구경했지만 역시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정말 우리나라에서 멋있는 벚꽃은 없단 말인가. 그러면 결국 멋있는 걸 보기 위해서는 일본에 가야 하나 싶었는데 우연히 쌍계사 하동 십립 벚꽃길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십리에 걸쳐서 벚꽃이 장관이라는 소리를 들어서 그렇다면 정말 한번 가볼만 하지 않겠는가? 싶어서 대구에서 다시 하동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진입로를 잘못 잡아서 진짜 십리 벚꽃길의 강 건너편 길을 통해서 가게 됐었다. 아침에 그 길을 지나가는데 정말 듬성 듬성한 벚꽃이 참으로 볼 품이 없었다. 억지로 낭만을 찾아보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느낌. 이건 뭐 정말 우리나라는 포기해야 겠다. 이제 집으로 가야지 하며 쌍계사 앞의 다리를 건너서 반대편으로 돌아서는 순간. 바로 위의 벚꽃 터널이 펼쳐졌다. 요즘은 관광차와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이였지만 10년 전에는 지금 처럼 부산하지도 않은 고즈넉한 분위기의 벚꽃길이였다. 아련한 아침에 펼쳐진 그 벚꽃길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는 광경이어서 지금의 아내가 된 후배를 꼬셔서 오기도 했었다. 반응은? 굳이 표현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지만 ㅎㅎ 


지금은 아무리 일찍 가더라도 엄청난 인파를 피할 길이 없지만 가끔 그 아련했던 아침의 십리 벚꽃 길이 생각난다. 인터넷의 좋은 점은 진짜 많지만 이렇게 사람이 잘 모르던 시절에 나만 알고 있던 사실들이 퍼져 나가 금새 사람들이 많아지는 광경을 보면 가끔은 싫어지기도 한다. 



위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십리 벚꽃길 중간 지점에서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저 각도가 항상 벚꽃이 가장 많게 보이기 때문에 좋아한다. 차가 있고 이성을 꼬시고 싶다면 정말 먼 거리지만 꼭 봄에 가보길 추천한다. 게다가 섬진강 유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손 꼽히는 곳이다. 한번 가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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