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포스트 에서 새로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한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영어로 표현됐지만, 결국 핵심은 

"그 것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자신을 몰아 넣으라는 것"



입니다. 저의 몇가지 경험담을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세벌식

저는 세벌식 390 유저입니다. (세벌식 최종보다는 390이 더 손에 맞더군요). 이걸 95년도부터 사용했으니 꽤 오래 사용했습니다. 물론 이것을 배워서 쓰기전에는 저는 두벌식 유저였습니다. 틈만나면 꾸준히 한메타자로 연습했기 때문에 분당 400타를 넘나들 정도로 빠른 타수를 자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공병호 박사의 세벌식에 관한 글을 읽고 나서 세벌식으로 바꿔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한 일은 그냥 집에 있는 모든 자판 환경을 세벌식으로 변경한거였습니다. 두벌식을 쓰고 싶어도 꾹꾹 참았습니다. 레포트를 쓸때도 (제 연령대가 짐작되는 사람들도 계시겠군요 ㅎㅎ) 아무리 타수가 느려도 세벌식으로 작성했습니다. 작성하는 시간이 대폭 늘어 나버렸지만 계속해서 (미련하게) 세벌식으로 작성했습니다. 제일 힘든건 채팅할 때였습니다. 그 때 한창 나우누리나 하이텔에서 채팅이 성행하던 때였는데, 여성 유저가 들어오면 서로 말을 조금이라도 더 할려고 난리가 나던 시절이였습니다. 그럴때 세벌식 자판으로 떠듬 떠듬 거리면서 글을 치는것은 너무나 가혹한 행위였습니다. 짜증난다 하고 두벌식으로 바꾸면 분당 400타가 폭발하듯 글을 만들어 냈을 테니까요 ㅎㅎ. 그래도 참고 참고 했더니 오래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한달도 안걸려서 분당 600타를 돌파하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둘째. 이맥스 (Emacs) 

저는 이맥스 유저 입니다. 이 에디터를 쓴지도 어언 몇년이 지났습니다. 참으로 쓰기 어려운 에디터라고 생각하지만 또 잘 쓰게 되면 이것만큼 편하게 작업을 도와주는 도구가 따로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원래 클라이언트 (client) 프로그램부터 시작했던 나는 비쥬얼 스튜디오 (Visual Studio)를 잘 사용했습니다. 간단한 텍스트를 적을때는 VS 를 띄워서 사용하곤 하는 이상한 사람이였습니다. 그러다 저를 잘 지도해줄 수 있는 분과 만나서 vi 를 배웠습니다. 다른 세상이 열린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몇년동안 연습을 해서 VI 를 잘 쓰게됐는데, 어느날 후배의 한마디가 저를 바꿨습니다. 

"진짜 고수는 이맥스를 쓴대요 형"

역시 배우는 방법은 동일했습니다. 그날로 gVim 을 지워버렸습니다. (그 당시에는 윈도에서 개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속도가 느리더라도 이맥스에서 모든 개발을 할려고 노력했습니다. 다 늙어서(?) 날 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프로그래밍이 어려워서? 우습게도 에디터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그냥 눈 딱 감고 vi를 가지고 개발 시작하면 순식간에 개발할 수 있었겠지만 역시 참으면서 이맥스로 느리게 느리게 개발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효율이 정말 정말 떨어지는 행위였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이맥스를 왠만큼 쓸 수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셋째. OS 

두번째 사항에서도 쓰여져 있듯이 저는 출발이 윈도우 프로그래밍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윈도 환경이 익숙한 사람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리눅스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날로 메인 OS를 지우고 우분투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개발을 리눅스 환경에서 했을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몰래 동영상을 볼때도 리눅스에서 동영상 플레이어를 설치하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으니 정말 힘들었지만, 그 때마다 기능을 찾아가면서 외워가면서 사용했습니다. 얼마 걸리지 않아서 리눅스 환경을 윈도 환경만큼 쓸 수 있게 되더군요. 이 방식은 그대로 Mac OSX 에도 적용됐습니다. 

 
일단 사진부터


환경을 생각한다는게 아주 좋은 일이죠.. 하지만 저는 환경보다는 이뻐서 샀습니다. 게다가 코스트코에서는 무려 3개를 엮어서 2만원 에 팔더군요 +ㅂ+

차마시고 남은 흔적이 잘 안지워지는 일반적인 머그컵과는 달리 아주 잘 지워집니다.

저는 아침에 출근할 때 차를 우려 담아서 운전할 때 마시면서 출근하는데 아주 맘에 듭니다. 제 쪼그만 차에 붙은 컵 홀더에도 들어가더군요 +ㅂ+

한가지 단점이 뜨거운 차를 담으면 도자기다 보니 아주 뜨겁습니다. 그러면 잠시 식힌 다음에 들고다니세요.. (조선일보식 해결방법 : 맥주를 차게 마시려면 얼음을 넣으면 좋다..)

3개가 들어 있으니 친한 사람에게 주고, 아니면 아는 사람한테 비싸게 파세요.

아? 그런 사람이 없다고요? 축하합니다! 이제부터 3개를 혼자 다 쓰시겠군요 킬킬
제가 사회생활을 하다가 듣는 칭찬중에 한가지가 있습니다. 여러 사람한테 듣는 부분 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은 '실천성' 입니다. 저는 실제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실천성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추진력'하고도 비슷하게 이야기 되는데 사실 모든 현상에는 '빛과 어둠' 이 있습니다. 저는 저의 '실천성'의 어둠을 알고 있지요. 그건 바로 무지하게 귀가 얇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쩌다가 아기 코끼리 점보에 필적하는 펄럭이는 귀를 가지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릴때 부터의 공부습관에서 기인한게 아닐까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 수학을 잘하는 편이였습니다. 어린시절의 수학은 고민만 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절대 없습니다. 일단 연필 들고 풀어봐야 다음 방향을 정할 수가 있는 법이지요 ㅎㅎ )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듣거나, 또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유명한 책에서 어떤 좋은 방법을 들으면 써보지 않고는 못 베깁니다. (펄럭 펄럭 - 주 : 효과음 ) 그래서 요즘 고민이 되는게 한가지 있습니다.

요즘들어서 책을 많이 읽습니다. 경영서적, 전공서적 닥치는 대로 가리지 않고 읽어가고 있는데 책을 읽어가면 읽어갈 수록 느끼는 괴리감 같은게 존재합니다. 바로 위 문단에서 나오는 고민과 일맥 상통하는 것입니다.

전 예를 좋아하니 실제로 예를 들어보지요.
제가 존경하는 켄트백 님의 저서를 예를 들어볼까요 , XP(eXtreme Programming ) 에 나오는 이야기와 , 그 유명하기도 하고 온갖 극찬을 받은 '조엘온 소프트 웨어' 에 보면 전혀 상이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조엘이 XP 를 비난기도 하지요 ㅎㅎ ) - 실제로 테스트 주도개발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렇게 상이한 결론이 나오는 상황을 맞이하는 입장에서는 저는 열심히 고민합니다. (젠장 어떤게 맞는건데!!!!!) 라고 말이죠

제가 죽은지 몇백년이 된 '황 희' 정승도 아니고 켄트백님의 저서를 읽을때는 '역시!! 이게 맞아' , 또 조엘을 읽을 때 '역시 단연 이거야!!' 할 수도 없지요.

그래서 고민 고민 하고 있다가 최근에 어느정도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읽는 책들이 성서도 아니고 저에게 어떤 방향성을 알려주고, 또는 사고의 폭을 넓게 가져가는 거지, 그 책에 있는 것을 맹목적으로 따라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라는 결론 입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환경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쉽게 예를 들어서 화면에 'Hello, World' 로는 글을 출력하는 프로그램을 짜는데, 3만 사천라인 짜리 테스트 주도 개발 계획을 도입하며, 전체 프로세스 공정에 관한 자세한 고찰과, 이걸 이루기 위한 PM, QAO 투입 고려와, 대규모 마케팅 사업 방안까지 고려 ( 과장이 심합니다 -ㅅ- )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이건 역시 경험과 결부됩니다. 상황에 맞는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적용됐던 사례가 같이 제공되는 텍스트를 더 신봉하기로 했습니다. ( 흡사 사람의 피를 찾는 흡혈귀처럼 그렇게 사례를 갈구하는 방식으로 독서하기로 했습니다. !! )

사실 이렇게 정리하고 나서 새로운 시각으로 제가 읽은 책들을 돌이켜 보니, 사례라는게 얼마나 구체적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가 하는 게 새삼스럽습니다. 그에 따르면 켄트백의 저서는 사례에 관한 구체적인 예가 실제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새삼 받습니다. ( 실제로 제가 읽은 켄트백 의 저서가 적기도 합니다)

그래서 새롭게 가치가 창출된 책은 역시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 '조엘 온 소프트웨어' , 'Good To Great' 입니다. 이 세가지 책은 이론, 실제, 사례까지 제가 보는 새로운 관점에 가장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정리된 책입니다. 앞의 두 저서에 대해서는 곧 서평을 올리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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