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화두는 Slow '천천히' 또는 '급하지 않게' 입니다.
저는 참 성격이 급합니다. 결정하거나 말하는 것을 절대 참지 않는 성격입니다. 결정을 빨리하는 것 때문에는 의도하지 않은 좋은 결과가 많이 나왔지만 , 말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하는 것 때문에는 불필요한 언쟁과 싸움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를 돌아다 보니 저의 이 급한 성격 때문에 여러가지를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급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두가지 일을 처리 할려고 해서 , 저는 두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두개 다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는 한가지 일에 몰입해서 한가지 일을 끝내고 다음번 일을 하는 것이랑은 다릅니다. 동시에 두개를 진행하는 것이지요.
급하기 때문에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함으로 상대방을 오해하고 상대방 또한 저를 믿지 아니합니다.

이리 다급한 마음과 '빨리빨리' 라는 생각이 저에게 생각의 자유와 사색의 즐거움을 앗아가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없이 세상사에 몸을 맡기게 됩니다.  아무리 급해도 몰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요즘 세상에 얼마나 많습니까? 그 일을 진득하게 진행하며 느끼는 즐거움을 앗아가기에 충분한 일입니다. 제가 CPU가 두개 달린 컴퓨터나, 분신술을 쓰는 손오공이 아닌바에야 , 조금만 더 천천히 생각하며 세상을 살아가기로 정했습니다.

작년의 회고도 없이 바로 올해의 화두를 꺼내며 , 또 신년초가 아닌 이렇게 1월 중순에서야 이런 글을 남기는 것 또한 급하게 살아가는 나 자신의 증거지만, 이때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조금이라도 천천히, 하나에 집중하자' 라고 다짐하는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ㅎㅎ

집에와서 잠이나 자야 겠다 라고 생각하고 누울려고 했는데 , 문득 와이셔츠랑 트레이닝 복은 잘 말려둬야 당장 내일 새벽에 입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랴 부랴 빨래를 널었습니다. 와이셔츠는 긴소매부분이 접혀지지 않고 구겨지지 않도록 힘줘서 팡팡 잡아 댕겨서 널어두는게 기본입니다. 그래야 다리미로 다릴때 구겨짐이 덜하게 잘 다릴 수가 있습니다.
막상 힘줘서 빨래를 널고 오니 잠이 오질 않더군요. 그래서 어제 마트에서 사둔 깔루아를 꺼냈습니다. 친구에게 권했지만 친구는 집에서도 먹는다고 사양을 하더군요  깔루아 1/3 , 우유 2/3 와 얼음 덩이 다수 정도면 아주 훌륭한 깔루아 밀크 입니다. 만들기도 쉽고 적당히 달달한 느낌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깔루아 밀크 말고 제가 좋아하는 라이트 계열의 맥주, 백포도주, 적포도주 등등 선택의 폭이 다양했지만 오늘은 달콤한 깔루아가 땡기는 군요
천천히 마시면서 요즘들어 제 주변의 일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사항들이 있지만 최근 낙담한 친구의 얼굴이 자주 떠오르는 군요. 인간관계의 고민이란 끊어버리기 힘든 번뇌의 사슬입니다. 격려해 주기 위해서 몇가지 방법을 써봤지만 반응이 좋은지 나쁜지 힘들정도로 고민을 하는것 같습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고민이란 것은 예나 지금이나, 위대한 장군이나 조그만 업체의 사장이나, 대기업 간부나 신입사원이나 그 사람에게는 가장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가 봅니다.

여러가지 고민을 하다가 친구의 고민까지 사색이 흘러가는중에 비어가는 깔루아 잔을 보니 , 어찌하여 담부터 빨래를 헹굴때는 피죤을 조금 더 많이 부어야 빨래가 향이 좋고, 옷감이 좋아지는거 같다.. 라는 결론으로 흘러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두 어이가 없습니다. -ㅅ- )

Posted by Crazia = 광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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