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선수들 선행 릴레이…가난한 정부의 '진짜 대통령들'

8강 떨어졌지만… 그대들은 우리의 영웅"

멘데스·델가도·우르타도…
해외서 축구로 번 돈으로 고국에 의료시설·학교 세워

에콰도르에서 선수들은 ‘구세주’다. 축구로 번 돈으로 의료시설을 지어주고, 학교를 세우는 등 각종 재단을 만들어 생활 밑바닥부터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가난한 정부 대신 축구 선수들이 나서 나라를 바꿔 가는 것이다.


잉글랜드와의 16강전에서 0대1로 패했을 때 그들을 외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팬들은 끝까지 경기장에 남아 선수들을 위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고,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Quito)엔 수천명의 시민들이 나와 목청껏 응원했다.


미드필더 에디손 멘데스(27)와 수비수 울리세스 데 라 크루스(32), 공격수 아구스틴 델가도(32) 등 안데스산맥의 발 데 쵸타 출신의 선수들을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났다. 글썽 글썽하던 눈을 비빈 뒤 애써 웃어 보였다. 그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최대 목표는 동네 주민들이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었다”며 “더 잘해서 FIFA로부터 더 많은 보너스를 받았으면 좋았을 테지만 일단 만족한다”고 밝혔다. 발 데 쵸타는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다.


이들 머릿속의 어릴 적 모습은 지긋지긋한 가난뿐이었다. 멘데스는 영국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 배고프지 않았던 기억이 하루도 없었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100여 명이 모여 외지에서 선생님을 초청해 공부를 해 가면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갔다”고 밝혔다. 멘데스는 어릴 적 공을 차면서 놀던 잡초 드문드문한 흙 바닥에 학교를 세우고, 유소년 축구재단을 세웠다.


피키우초라는 작은 마을 출신인 데 라 크루스 역시 가난을 극복하려 애썼다. 영국 ‘더 타임스’에 소개된 그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또 병원을 가려면 한 시간이나 걸려 시내로 나가야 했어요.”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재단을 세웠다. 잉글랜드 아스톤 빌라에서 뛰는 건 행운이었다. 작지만 의사와 간호사가 있는 병원을 만들고 발전기를 세웠다. 17년 동안 모은 돈 전부를 쏟아부었다. 어릴 적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200여 명 정원의 초등학교까지 만들었다.


주장 겸 에콰도르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반 우르타도(32)도 마찬가지다. 14세 때부터 프로에 뛰면서 30명이 넘는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우르타도는 카타르의 알 아라비 클럽에서 받은 월급 대부분을 마을에 투자했다. 그 돈으로 집 없는 아이 150여 명을 위한 보호시설을 마련했다. “돈을 위해 축구를 한다고요? 예. 전 그래요. 축구를 하면 행복하기도 하지만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엘 중칼이라는 마을에 살던 델가도 역시 동료들처럼 팔을 걷어붙였다. 유소년 재단을 만들어 밥 굶는 아이들을 살려냈다. 깨끗하게 세탁이 된 유니폼도 나눠줬다. 어릴 적 그가 그렇게도 갖고 싶어했던 새 유니폼이었다. 델가도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이번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을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이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게 저희의 작은 행복입니다.” 믹스트존을 떠나며 선수들은 축 처졌던 어깨를 곧게 폈다. 영웅은 어디서나 당당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최보윤특파원 [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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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지네요, Good To Great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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