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學費封套)를 받어
 

대학(大學)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 들으려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幄手).

-- 윤동주 --


갑자기 이 시가 계속 떠 오릅니다.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나 이 구절이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 데 이리 맘 편하게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용비불패 (외전 아님) 거의 마지막에 근접했을 때 대장군과 용비가 했던 이야기도 생각이 납니다.

"면죄부를 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줄 것이다. 적어도 그대에게 만은.."

나와 주변의 몇몇 사람들만 면죄부를 받은 것 같은 이 느낌

나만 편하게 산다고 해서 세상이 온통 밝은 것도 아니고 나 또한 우울하게 산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 하나도 없을 테지만 그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외면하고 나만 잘 살고자 해도 되는 것일까? 또 그렇다고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나 또한 자본의 노예가 된 지 오래전 인데


언제나 이맘 때쯤 겨울밤 하늘을 쳐다봤을 때 별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별과 관련된 여러가지가 생각나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가 자연스럽게 다른 것으로 이어지게 되곤 합니다. 




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  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고흐의 작품인데, 파란 색감 의 느낌이 마치 겨울 밤 같습니다. 


    별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츰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푸랑시스 쟘" "라이넬.마리아.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우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버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그리고 '별 헤는 밤' 입니다. 얼마전 12월 30일은 윤동주 시인 탄생 93주년 이였습니다. 구글도 윤동주 시인의 탄생을 축하하는 로고를 달았더랬습니다. 




시의 배경은 가을이지만 쓸쓸한 느낌을 주는 맛이 겨울에도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 과 너무 잘 어울리는 노래인


입니다.  (예전 아티클을 찾아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가수 박정현이 리메이크 한 '빈센트 (Vincent)' 입니다. 원곡과 전혀 다른 맛인 데 아주 잘 어울립니다. 




항상 겨울 때 마다 생각나서 찾아 보는 것들을 한 꺼번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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