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시오노 나나미
   감수: 차용구
   옮김: 송태욱

광신과 추악한 이권다툼의 도가니..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이..

군중 사이에서 자연스레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Deus lo Vult)"라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십자군의 시작이었다. 


십자군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무지, 광신, 학살 , 종교 전쟁 등이 있습니다. 지극히 정치적인 이유로 시작된 전쟁이고 참여하는 제후들도 종교적인 이유와 정치적인 이유 두가지를 다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일이 종교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목적은 종교적이였을 사람들도 이슬람 세력과 동맹을 한다든지 하는 지극히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들이 되어 갑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점령지를 다스리는 것은 신이 아니라 결국 주교가 됐던 왕이 됐던 간에 '인간' 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슬람 세력과의 동맹도 하고 공존하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십자군은 종교적 이해관계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결국 극한의 이권다툼으로 이어지는 결국 '인간'세상의 전쟁 이야기 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신들과 다른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아녀자들 까지 학살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십자군과 쉽게 항복을 안하고 열받게 한다고 모든 성의 남자들을 죽여버린 징기스칸의 군대나, 사람들은 때때로 비이성적인 것에 열광할 수 밖에 없나 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편들기 스타일의 글이 그러하듯이 십자군 전쟁을 일으킨 제후들의 편에서 이야기를 저술하고 있습니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너무 주관적인 글을 썼다 하여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사례가 있어서 그런지 너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시오노 나나미 특유의 맛이 나지가 않습니다. 흡사 그냥 역사물 사료를 읽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유럽쪽 편에서 글을 보는 것도 재밌지만, 공격을 당한 중동 아랍 국가들 편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도 재미 있을 듯 했었을텐데 그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안정감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따를 때 나오지만, 재미는 소수에 속해 있을 때 나오니까 말이죠.

 

부제: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자: 시오노 나나미
역자: 김석희

서평을 쓰기에도 부담스러운 '로마인 이야기' 입니다. 나온 시기가 오래된 작품이라서 일까요? 많은 수의
비평가들과 역사학자들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역사서로 보지는 않습니다. 과연 역사서란
무엇일까요?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사실 과 작가의 견해를 포함한 것을 역사서로 본다면 '로마인 이야기'는
훌륭한 역사서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의적인 해석이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보면 또 역사서가 아니겠지요.

그런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2006년 15권을 마지막으로
완간 되었으니 나나미의 평생의 대작이라고도 볼 수가 있지요.

저는 중국사를 좋아해서 예전에 대충 읽고 치워버렸던 책이기도 했는데, 주변에서 너무 재밌다고 하시는 분이
계셔서 예전 책을 다시 끄집어 냈습니다. 9권까지에서 끝나버린 줄 알았는데 15권 까지 나온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도 그 이유중의 한가지가 되겠네요.

역시나 책은 아는 만큼 읽혀진다는 말이 전혀 틀리지가 않는 것이 예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내용중에서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이 많습니다. 커가면서 정치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서 그럴까요? 로마의 정치 체계가 눈에
들어 옵니다.

기본적으로 투표형태는 소선거구에 형태가 가깝고, 2명의 집정관과 300명 가량의 원로원, 그리고 다수의
민회로 구성되어 있는 3권 분립이 되어 있습니다. 일견 허술한 듯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 독재관(임기 6개월)을 임용해서 위기를 타파하는 자유로운 운용이 멋진 정치체계 입니다.

많은 대립과 싸움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이 잘 유지 될 수 있었던 것은 로마인 들이 '명예'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귀족은 귀족답게 평민은 평민답게 자유로운 사고체계를 유지하며
스스로의 '명예'를 존중했기 때문에 일치되는 고민거리에 대해서는 합심 단결 했던 것이지요.

이러한 것들이 요즘 우리 나라와 대비되면서 찜찜함을 안겨줍니다. 우리나라는 '재력' 만을 존중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 때문입니다. 급변하는 시대 상황중에서 믿을 만한게 '재력'밖에 없어서 그랬을 까요? 저 역시도
그런 범위의 사람이 아닐까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긴 합니다.

결국 우리들이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나중의 커다란 그림을 위한 진행과정 일런지도 모릅니다. 부제와 같이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이탈리아 반도 통일에 무려 500년 가까이 걸렸던 만큼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이루어 나가는 것이 로마같은 대 제국을 일으키는 초석이 됐던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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