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어둑 어둑 해진 마을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근처 아파트에 한두개 켜진 불빛만이 저처럼 새벽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찬바람이 불어서 옷깃을 여매고 천천히 산책하며 걷다보니 저절로 맑은 아침에 어울리는 시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생각나는 시가 없는 것을 보니 앞으로 적어도 새벽의 어둑해진 주변의 환경에 어울리는 시 하나 정도는 외워야 겠습니다.

갑자기 고상해진게 아니라 그만큼 시라는 것이 저와 안 어울렸다는 것입니다. 남들에게는 이과 출신! 나도 학자출신이야 떠벌리고 다니지만 거의 대부분의 학교생활을 공대에서 보낸 저에게는 시집이라는 것이 얼마나 안 친한 문학 서적이였는지 새삼 공감이 됩니다. 그래서 위의 책(시 속에 꽃이 피었네)을 읽는 동안 마음속의 잔잔한 뭉클함(?) 이 떠 오릅니다.

제 사촌형님이자 시인이신 고형렬님이 선물로 주신 책입니다. 그간 조용히 책을 읽을 공간이 없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다가 이번에야 읽게 되었는데,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저의 지식에 살을 보태줬다면 , 이번에 읽은 책은 제 정신과 영혼에 단비를 내려준 책입니다. 사실 제대로 시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서도 , 형님이 화자가 되어 잔잔하게 풀어진 평을 읽다 보니 왠지 모를 아련한 감정 같은게 떠오릅니다. 그런것이 문학이라는 것인가 봅니다.

형님이 살아오면서 영향을 받은 시 , 감동을 받은 시 , 기억 나는 시들을 분류별로 모아서 거기에 대한 서평을 달아두신 책입니다. 아련한 감동을 받은 제가 감히 표현하자면 ' 시 를 평할때 시적인 느낌이 담겨 있는 글로 평가를 했다 '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형님은 역시 천상 시인이신가 봅니다. (이거원 공대생과 시인이라니 같은 피가 흐르긴 흐르는 건가.. )

가장 인상이 깊었던 부분을 옮겨옵니다.

능금꽃에서 능금꽃으로 몸이 아팠던 시인

김수영

먼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다시 몸이 아프다

조용한 봄에서부터
조용한 봄으로
다시 내 몸이 아프다

여자에게서부터
여자에게로

능금꽃으로부터
능금꽃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아프다

-[먼 곳에서부터] 전문

.. 개화가 피처럼 퍼져가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것은 아픔을 공유하고 사랑하자는 뜻입니다... - 글쓴이의 말

이 시와 이 서평부분을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에 있는 글쓴이의 덧붙인 말을 좋아해서 메모까지 했습니다.

'한 마디 남기고 싶은 말은, 남자들의 아픔은 아름다움으로 인하여 남자들을 사랑하게 만드는 여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 그들이 없었다면 남자들은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남자들은 몸이 아프면 여자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말을 '아는 여자' 에게 읊었더니 한마디 하더군요 , '왜 보고 싶다는 말을 그렇게 어렵게 해? 걍 보고 싶었다고 해 '  - 네 그렇습니다. 저는 시인과 같은 피가 흐르지만 공대생 입니다. ㅎㅎ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두려워해도 됩니다. 걱정해도 됩니다.
그러나 비겁하지는 마십시오
두려움과 마주하고, 근심의 순간을 뛰어넘으십시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도울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용감하십시오. 의미 있는 것들을 위해 투쟁할 만큼 용감하십시오.
남들이 아닌 바로 '나'에게 의미 있는 그것을 위해.

 - 파울로 코엘료 -

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범신론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결국은
연금술적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코엘료의 책에 담겨 있는 사상 말입니다.

맑은 날 이른 새벽에 산속을 산책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100% 동감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의 사상에는 대부분 동감합니다.

이 책은 그의 소설이 아니라 산문집입니다. 그의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글들을 추려서
책으로 낸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에서 이야기 하던 바를 평소의
생활에서도 같은 견지를 유지하는 것이 보입니다. 그런 모습이 참으로 멋지고도 대단해
보입니다.

여러 주제를 가진 산문이기 때문에 주제를 꼽기 힘들지만, 글 전반에 흐르는 기조는 거의
비슷하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습니다.

인간, 사랑, 자신의 신화..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이 있을지라도 ,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 고린도전사 13장 13절 사도 바울

사랑!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잭 트라우트 Jack Trout 지음
이수정 욺김

전술은 독특하거나 색다른 계획이다. 그에 비해 전략은 일반적이다.
전술은 시간과 무관하며 비교적 한결같은 개념이다. 그에 비해 전략은 일정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개된다. 예를 들면 세일은 대부부분의 유통 업자들이 한 번, 또는 그 이상
이용하는 전술이다. 그런 세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 곳이 할인 매장이며, 이것이 바로
전략이다.
전술은 경쟁적인 우위점이며, 전략은 그 경쟁적 우위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


계속해서 '마케팅 전쟁' , '포지셔닝'의 뒤를 잇는 책들을 읽어보고 있습니다. 이제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이해가 갑니다. 실제로 이를 바탕으로 요즘 세상에서
통하는 예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그들의 이야기가 제품과 기업 전반에서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이 느껴집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경우라도 말이죠.

전술과 전략에 관한 저 멘트가 글 전반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다른
경쟁자와의 차별점을 찾는 것이 '전술'이요, 그것을 일관되게 유지하게 하는 정책, 또는
목표성이 '전략'이요. 이 전략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전문화' 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시작하는 기업이 바라봐야 하는 지향점을 시사합니다.

 


 




알 리스 & 잭 트라우트 공저
박길부 옮김

수년간 계속해서 자기들의 특색있는 주장을 펼치지만 수많은 '정론적인' 마케팅 서적에
눌려서 '이단'으로 취급받는 그들의 저서입니다. 그들의 책은 초보자들에게 마케팅에 대한
환상을 심어놓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마케팅에는
변화요인이 너무 많아서 어떤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데 그들은 마케팅에 꼭 불변하는
법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마치 이 책의 제목처럼 말이죠.

C군 : 정파와 사파는 궁극에 가서는 구별이 어려워 진다고. 어차피 현상에 대한 설명이니깐
말이지. 자세히 읽어보면 흔히 정론이라고 불리는 마케팅과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데,
마케팅적 사안에 대한 해석의 차이지 그 근본이 바뀌는 건 아닌데 왜들 그리 싫어하는지
모르겠네 -ㅅ-

그들은 끊임없이 포지셔닝에서 언급 된 내용을 체계화를 시도합니다. 공식처럼 만들면
조금 더 사람들이 알아주리라 생각했기 때문 일까요? 그래서 열심히 22가지 원칙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바를 정리하였지만 '포지셔닝'에서 나온 개념에서 그리 크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사실상 그들의 저서들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은 거의 대동소이 합니다. 그들은 그 주장을
20여년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며 열심히 설파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들은 세계 최고의
컨설턴트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론이 선뜻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경영자의 심정과 어긋난다고 봐야 하겠지요.

C군 : 심정적으로 봐도 이건 당연한 것이지. 나쁜 뜻은 아니지만 자기 임기내에 수익
창출을 극대화 하려는게 전문 CEO 들의 강박증인데 , 아니지 일반 CEO 라도 수익을 극대화
하려는 게 목표인데, 가장 손쉬운 길이 '라인 확장' 이다. 충분히 잘 알려진 브랜드가
됐으니 그걸 확장해서 쉽게 이득을 창출할 수가 있는데 CEO 들이 그 길을 마다할 리가
없지. 이 둘은 그걸 못하게 최우선적으로 말리잖아?

결국 이들이 주장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한분야로 '자리매김'을 확실하게 하면
그걸 잽싸게 같은 브랜드를 가지고 확장하지 말고 , 자리매김 된 한 분야의 시장을
늘리라는 거지. 아니면 정 그렇게 확장을 하고 싶으면 전혀 새로운 브랜드로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라는 것이고.


사실상 이들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 포지셔닝마케팅 전쟁 에서 거의 다
다루고 있다고 봅니다.  이 책은 또 다른 해석서 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비슷 비슷한 책을 왜 그리 열심히 읽는 것인가 하는 것은 , 공부하기 위해서
입니다. 같은 책을 여러번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개념을 살짝 살짝 다른 방향으로
언급해 주는 책을 여러권 읽는 것이 더 기억에 잘 남는 법인 까닭이지요.


"사람들은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말을 하곤 하지만 정작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인식이다. 사람들은 사실보다 인식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줄리엣 하면 누가 떠오르십니까? 저는 딱 하고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올리비아 핫세'
입니다. 너무나 줄리엣 역으로 잘 어울리는 사람이였지요. 혹자는 '가슴큰 줄리엣'으로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고, 혹자는 '청순가련 줄리엣' , '이상적인 줄리엣'등으로
자리매김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로미오 하면 누가 떠오르십니까? 저는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입니다. 너무나 유명하지요? '가장 잘 생긴 로미오'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생각해보면 디카프리오와 핫세가 같이 연기를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핫세의 상대역은 누구였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며, 디카프리오의 상대역은
누구였길래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일까요?

이처럼 사람들은 가장 인상적인 것들만 기억을 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지려고 하기
보다 최초가 되라' 라고 책은 말합니다.

논란이 많았던 삼성의 캐치프라이즈인 '세상은 1등만 기억합니다' 는 진실입니다. 다만
'내가 사업을 할려는 분야에서 이미 1등이 있다면 사업 접으란 말이냐?' 라고 질문을
던질 수가 있습니다. 필자들도 매우 많이 공격당한 분야로 알고 있는데, 접으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1위인 업체를 인정하고 그 업체와 다른방향으로 사람들에게 '인식'을
심어주라는 이야기 입니다.

쉽게 예를 들면 디카프리오의 상대역은 '클레어 데인즈'이였습니다. 그녀는 너무 틀에
박힌 줄리엣을 연기하지 말고 (어차피 줄리엣은 핫세로 굳어졌습니다..) 조금 더 다른
해석의 줄리엣을 연기했으면 사람들이 기억을 잘 했을꺼라는 겁니다. 예를 들면 엽기적인
'전지현' 스타일의 줄리엣이였으면 사람들이 잘 기억을 했을꺼 같군요.

ps. 핫세의 상대역은 '레오나드 화이팅' 이랍니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합니다. 안타깝지만
그게 진실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앨 리스 . 잭 트라우트 지음
차재호 옮김

오늘날 마케팅의 본질적인 특성은 소비자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의 허점을
찌르고 측면을 공격하여 싸워 이기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케팅은 전쟁이며 경쟁사는
적이고, 소비자는 싸워서 점령해야 할 고지이다. - 본분중에서

동의 하십니까?
마케팅의 고전적인 정의는 "소비자의 욕구와 필요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필요와 욕구' 이론을 가장 완벽하게 설명했다는 평을 듣는 1973년
컬럼비아 대학의 하워드( John A. Howard) 교수는 '마케팅이란 (1) 고객의 필요를
확인하고 , (2) 그러한 필요를 조직의 생산능력이라는 관점에서 개념화하며, (3) 개념화한
것을 조직내에 적절한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전달하고, (4) 초기에 확인했던 소비자의
필요를 필연적인 생산물로 개념화하며, (5) 그 개념화한 것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 이라 설명합니다.  이러한 다섯가지 만 지키면 마케팅에서 성공하는 것일까요?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다섯가지는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시장에 뛰어든 모든 업체들도
전부 똑같이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책의 저자들은 마케팅은 전쟁이라고
말합니다. 상대업체를 누르고 소비자라는 고지를 점령해야 하는 ..

책에서는 계속해서 우리가 알고 있던 마케팅 지식을 반박합니다. '1등이 되기보다 1등을
지키기가 힘들다'라던가 - 실제로 100년전의 각분야 1위를 하던 기업이 현재 1등이 아닌
업체가 5개라고 하더군요 - 그만큼 1등을 고수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이지요. 이
외에도 이책이 마케팅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해주는 여러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른건 모르지만 이책을 통해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자신의 규모를 항상
생각해 가면서 전략을 세워라' 입니다. 1개 분대의 분대장이 기갑사단을 거느린
사단장처럼 행동하면 안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누누히 말합니다. '규모에 맞는 전략'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잘 실천이 안된다는 것은 유명하지요.

"우수한 인재보다는 우수한 전략으로 승부하라!"

방어적 마케팅 - 시장의 리더를 위한 전략

원칙 1 - 진실에서 출발하라
원칙 2 - 자기 자신을 공격하라
원칙 3 - 경쟁자의 공격을 저지하라

공격적 마케팅 - 2, 3위 기업에 적합한 전략

원칙 1 - 남의 배꼽부터 살펴라
원칙 2 - 강점 속의 약점을 찾아라
원칙 3 - 좁은 전선에서 공격하라

측면공격 마케팅 - 가장 혁신적인 마케팅 전쟁 전략

원칙 1 - 경쟁자의 어깨부터 공격하라
원칙 2 - 기습공격을 가하라
원칙 3 - 계속 추격하라

게릴라 마케팅 - 소규모 기업이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전략

원칙 1 - 작은 연못에서 큰 물고기가 되라
원칙 2 - 리더처럼 행동하지 말라
원칙 3 - 도망칠 때는 신속하라


각각의 내용들은 회사 규모 (정확히는 시장 점유)에 따른 전략입니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게릴라 마케팅' 이 되겠군요.

이러한 논리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고객 중심의 사고'또한 정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방법과 견해 가운데 자기에게 맞는 것을 선택해서 강하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필요할 뿐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데이비드 S 플랫 지음
윤성준 옮김

"이보게. 데이브, 자네가 말한 우주의 제 2법칙, '우주의 쓰레기양은 보존된다. 이쪽에
쓰레기가 적다면 다른 쪽에 쓰레기가 많을 것이다. 쓰레기를 없애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는 정말 대단하더군. 지금 내 프로젝트가 꼭 그 꼴이거든." - 본문중에서

어떻습니까? 공감하십니까? 비단 자신이 수행하는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정말
쓰레기 같은 소프트웨어가 널려있습니다. 굳이 저자가 좋아하는 개떡 (영어로는 Sucks
인거 같더군요) 이라는 표현을 안 빌려온다 하더라도 주변에는 '아 쓰기 불편해!!' 라고
느끼는 프로그램이 한 두개가 아닐 것입니다. 저자는 왜 주변에 그리 개떡같은
소프트웨어가 많은지 차분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개발자로 살아왔던 삶이 살짝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 거렸습니다. 정말
책에 표현한 그대로 였으니까요. '사용자는 당연히 이렇게 할꺼야' 라는 가정하에 얼마나
제 멋대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었는지.. 책은 사용성에 관한 저자 자신의 고찰과
개발자들이 잘 납득을 못할까봐 상당히 신랄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우리같은 Geeks
들한테는 그런식의 비판이 잘 먹혀 들어가지요 ^^;

제품에 세계 최고의 기술을 적용해도 사용자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 또는 제대로 된 문제를 풀었다라도 사용자가 용납할 수 없다면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사용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당신들의 생각이나
사용자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길 바라는 당신들의 희망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사용자가 생각하는 것을 처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 본문중에서 -


최근에 IT 전반이 바뀌고 있다고 종종 주변에게 말하곤 합니다. 기존까지 대형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는데 열을 올렸다면 , 이제는 그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해가며 ,
일반 프로그램에서는 지금까지 기능성 위주였다면 이제는 사용자를 고려하는 리치 컨트롤
(더 예쁘고 더 사용성이 좋고) 쪽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바뀌는 세상에서 그 중심에 서
있으려면 일단 빨리 깨닫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벼운 명상(?)에 가까운
책입니다.

컴퓨팅은 더 이상 기술 분야가 아니라, 사람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 본문중에서 -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로이트의 비밀

글/그림 - 크리스티안 모저
옮긴이 - 안인희

'유명한 문제를 푼 유력한 사람이였다.'

라는 글귀와 함께 제자와 추종자들이 프로이드와 오이디푸스가 같이 새겨진
기념 주화를 만들어서 50세 생일을 축하했다고 합니다.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문제는 유명합니다. 하지만
프로이드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로 그 이름이 사실 더 유명해졌다고
봅니다. 그런 오이디푸스 처럼 유명한 심리적인 현상을 풀어낸 프로이드 ,
평생을 비밀스럽게 살아오며 , 당시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요즘까지도 '결국 심리적인 게 아니라 호르몬 문제야..' 라는 평을
듣습니다.

그의 살아온 인생자체가 공개된 삶이 아니라서 , 필자는 프로이드 집의
'쇼파'를 화자로 선택합니다. 프로이드의 일생을 쇼파가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형식의 평전 형식입니다. 게다가 보기 쉽게 만화도 곁들여져
있습니다. 한 시간 정도면 뚝딱 하고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기도 합니다.

그의 이론과 학문 자체가 시대를 뛰어넘는 '혁신' 이였기에 그의 연구자적
삶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심리의 미스테리를
풀어낸 그는 20세기의 오이디푸스 그 자체입니다.

M9788982739316

피를 마시는 새 세트(전8권)

이영도 / 황금가지

"사람을 진정 행복하게 만드는 건 다른 사람뿐이지. 사람을 진정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다른 사람뿐이고, 오직 사람만이 행복과 불행을
생산한다. 정치 체제는 사람들이 생산한 행복과 불행을 이리저리 운반할 뿐
스스로는 쌀알 한 톨만큼의 행복이나 불행도 만들어 내지 못해."
...

"순전히 정치 체제의 우수성만 놓고 말한다면 최악의 폭군이 가졌던 통치
구조도 위대한 성국이 가졌던 것만큼이나 우수한 것이었을 것이다. 불행을
훌륭하게 운반했으니까. 어설픈 통치 구조 가지고는 폭군이 되기도 어렵지."

'눈물을 마시는 새'에 이어 '피를 마시는 새'는 같은 세계관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전작에 비해 양적으로는 두배에 가까운 내용을
가지고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다만
본문에서도 언급하듯이 '영웅시대'는 끝나고 또다른 영웅들이 출현하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에 등장하는 영웅들보다는 존재감이 약합니다.

본문중에 나오는 키탈저 사냥꾼의 유명한 이야기인, 형제새 이야기중 일찍
죽지만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눈물을 마시는 새'와 , 가장
오래사는 이유로 '피를 마신다는 새'

전자는 다른사람의 눈물을 마셔주는 왕에 관한 이야기고 후자는 피를
마시며 자신을 존속시켜가는 종교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처음 피를 마시는 새에 대한 뉘앙스는 황제 또는 제국이라
여겨졌습니다. 계속해서 제국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제국에 반기를 들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을 미리 미리 숙청하고 다니는 황제 . 즉 다른
사람들의 피(죽음)를 요구하며 자신을 유지하는 제국,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황제

하지만 제국은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존속에는 한계가 있고 , 때문에 이를
영속하는 종교로 만들고자 합니다. 실제로 많은 국가의 형태는 바뀌어 오고
있지만 (지배세력은 언제나 바껴가지요..) 종교는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피를 마셔가며...

같은 배경으로 다른 주제의식을 가지고 쓰여진 글, 피비린내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것들의 피를 갈구하는 새의 모습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록. 다른사람의 눈물을 마셔주기 때문에 일찍 죽으며,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눈물을 마시는 새(왕)에 대한 그리움 입니다.

chewed by Notoo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영도




"네 마리의 형제 새가 있소. 네 형제의 식성은 모두 달랐소. 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가 있었소. 그 중 가장 오래 사는 것은 피를 마시는 새요. 가장 빨리 죽는 새는 뭐겠소?"

"독약을 마시는 새!!"

 고함을 지른 티나한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 보자 의기양양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케이건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눈물을 마시는 새요"

언제나 무덤에서 돌아왔다고 첫글에 대한 코멘트를 다는 이영도 님의 '눈물을 마시는 새'입니다. 저번에 '폴라리스 렙소디'에 이어서 계속해서 이영도님의 글을 보고 있습니다.

평가절하 되기 쉬운 판타지를 문학의 위치까지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 이영도님, 글 자체의 마력이 대단합니다.
 톨킨류의 판타지만 존재하는가? 라는 여론에 답을 하듯이 한국형 판타지를 구상하고 만들어 냈습니다. 특히나 '퓨쳐워커' 이후로 내려오는 중심인물이 누구일까 계속해서 유추하게 만드는 스타일의 진행방식이 더욱더 몰입도를 가져오고 그 것이 가져오는 반전을 즐기게 만들게 합니다.

너무 중요해서 몸안에만 가지고 있으려고만 하지 밖에 내보내지 않으려 하는 '피'를 마시는 새는 당연히 오래 살 수밖에 없고, 얼마나 해로우면 몸밖으로 내보낼려고 노력하는 '눈물'을 마시는 새는 일찍 죽을 수밖에 없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눈물'을 마시는 새는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눈물을 마셔서 , 일찍 죽는 새가 바로 왕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왕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왕이라고 떠받드는 존재들이 있어야 왕으로서 군림할 수 있습니다. 어찌하여 떠받들게 하는가? 바로 그들의 눈물을 마셔주기 때문에 떠 받들여 질수가 있습니다.

판타지 문학에서나 가능한 일일까요? 현실의 정치적인 모습이 더욱더 타락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문학에서나 이상적인 왕을 찾아보게 되는 무력함을 느끼지만 , 그렇기에 더욱더 현실에서 '눈물'을 마셔주는 왕을 기대하는 환상을 꾸게 되나 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