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민용태 옮김

"그는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무기와 갑옷을 손질하고 자신의 말에 친히 이름을 지어주고 나니 자신에게도 새로운 이름을 붙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당당한 기사로서 자기 이름에 고향의 이름을 붙여서 '라 만차의 돈 끼호떼'라고 부르기로 했다"



끼하나 영감은 미쳤습니다. 시골 양반으로서 무료하게 살아오다 300여권의 기사 소설에 빠져서 정신 없이 읽어대다가 문득 자신이 기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무기와 갑옷을 손질하고 자신의 병든 말에 '로신안떼'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유명한 기사들이 그러하듯이 자신의 이름에 고향의 이름을 붙여서 만든 새로운 이름 '라 만차의 돈 끼호떼'라고 이름을 붙이고 당당히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어영부영 기사작위를 받고 마을 어귀에서 지나가던 상인들에게 시비를 걸어서 죽지 않을 만큼 박살 납니다. 그리고 집으로 실려옵니다 돌아옵니다. 그리고 동네에 사는 순진한 농부 '산초'를 꼬셔서 다시금 여행을 떠납니다. '돈 끼호테'의 이야기는 미쳐버린 끼하나 영감이 자신을 기사 '돈 끼호테'라고 부르며 '산초'와 함께 기사 수행을 떠나서 돌아다니는 내용입니다. 

20년도 더 된 예전 도덕 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있습니다. 인간에는 두가지 타입이 있는데 일을 행함에 있어서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심사 숙고하면서 선뜻 실행하지 못하는 '햄릿'형 인간과 일단 저지르고 본 다음에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고민하는 '돈 끼호테'형 인간이 있다고 합니다. 그 때 은사님께서 말씀 하시길 '고민만 하면서 실행하지 못하는 것보다 실행하면서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그래서 돈 끼호테형 인간이 더 나은 인간이라고 본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지나 나도 사회생활을 오랜 기간 동안 해 오면서 느낀 것은 현실에서는 연관되어 지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또 실패시의 잃어버릴 것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선뜻 실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의 아니게 '햄릿'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도 '라 만차의 기사'의 영혼이 속삭입니다. 

   '뭐 어때? 일단 저지르고 보자고..

그래서 힘을 내고 여러가지 일들을 저지르고 사는 데에 있어서 '돈 끼호테'가 나에게 주는 영향이 아직도 있나 봅니다. (하지만 돈 끼호테는 미쳤기 때문에 쉽게 저질르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할 때나, 큰 결정을 할 때 종종 '돈 끼호테'의 첫부분을 읽어보곤 합니다. 자신의 무기와 갑옷을 손질하고 말에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이름을 새롭게 지어주는 그 부분 어쩐지 가슴이 뛰지 않습니까? 

사족을 붙이자면 그렇게 모든 일에 과감한 돈 끼호테였지만 첫 출정은 바로 돌아왔습니다. 대신 '산초'와 함께 출발한 여정에서는 나중에 강제로 돌아오게 될 때까지 많은 시간을 같이 하며 많은 것을 함께 겪습니다. 여행을 가거나 사업을 시작할 때 혼자 할 수도 있지만 역시 혼자보다는 적어도 한명 이상이  함께 할 때 더 오래 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유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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